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이사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Stephen Miran)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의 주장은 연준이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한 **'가상의 인플레이션(Phantom Inflation)'**이라는 착시에 갇혀 불필요하게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에 초점을 맞춥니다.
1. '가상의 인플레이션' 논쟁의 심층 해부
마이런 이사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이례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며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연준이 사용하는 물가 지표가 현재의 경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1. PCE 물가 지표와 주거비(Shelter)의 구조적 한계
연준이 통화 정책 목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그 구성 요소상 **주거비(Shelter)**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마이런 이사는 이 주거비 항목의 측정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주거비는 실제 주택 매매 가격이나 실시간 임대료 시장 가격을 즉시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 임대 계약 갱신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시장 변화보다 수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후행하여 반영됩니다. 마이런 이사는 현재 PCE에 반영되는 높은 주거비는 이미 $1\sim2$년 전에 발생했던 인플레이션 충격의 잔상일 뿐이며, 실제 시장의 새로운 물가 압력은 사라진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1.2. 시장 기반 근원 물가 분석
그는 주거비를 제외한 **시장 기반 근원 물가(Market-Based Core Inflation excluding Shelter)**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율은 이미 $2.3\%$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연준의 목표치($2\%$)에 근접해 있습니다. 마이런 이사는 이 미세한 차이는 통계적인 오차 범위, 즉 '통계적 잡음(Statistical Noise)'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2. '빅컷' 요구와 과도한 긴축 정책의 경제적 위험
마이런 이사는 이러한 '가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이 연준의 정책적 오판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2.1. 인위적 경기 둔화(Over-Tightening)의 위협
그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통제되고 안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금리를 너무 오래, 그리고 너무 높게 유지하는 것은 **인위적인 경기 둔화(Over-Tightening)**를 유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합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 및 확장 계획이 전면 보류됩니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불필요한 경기 침체와 대규모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마이런 이사의 관점에서 연준은 물가 목표 달성이라는 명분 아래, 고용 안정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2.2. FOMC 내 이례적인 이견 표출
마이런 이사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수의 위원이 $0.25%$p 금리 인하를 결정했을 때도, 홀로 $0.50%$p 인하를 주장하며 '빅컷'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만장일치나 최소한의 이견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연준의 문화에서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됩니다. 그의 지속적인 반대 투표는 연준이 현재의 통화 정책에 대해 깊은 내부적 분열을 겪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3. 트럼프 행정부 경제관과의 연결고리
마이런 이사의 주장은 단순히 통화 정책에 대한 학술적 논쟁이 아닌, 정치경제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자문역을 역임했으며, 그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 요구는 트럼프 진영이 지지하는 '성장 우선(Pro-Growth)' 경제 기조와 일치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마이런 이사의 연준 내부에서의 목소리는 이러한 외부 압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향후 정치적 변동성이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관측 지점입니다. 그는 연준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